‘Homo Ludens’ 유희의 인간 인간들이 노래하고 춤을 추던 행위에서 종교의식과 제례가 생기고, 낙서를 통해 미술이 발달하며, 무리 지어 규칙을 정해 노는 행위에서 스포츠가 생겨났다는 요한 하위징어의 가설이다. 나는 ‘유희’를 무의식 속에 간직하며 살고있었다. 무의식으로 가득하던 어린이 대연이는 거실 벽지의 패턴을 따라 자유롭게 낙서를 하여 혼나기도 하였고, 소파 밑에 홀로 버려진 웨스턴영화음악 CD를 발견하여 음악에 맞춰 외로운 검투사의 삶과 죽음을 연기하였다. 기타와 나의 첫 ‘유희’는 내 나이도 모르던 때 기타의 1번줄 ‘미’와 2번줄 ‘시’를 쓸어 내릴 때마다 외가댁의 초인종 음과 일치한다는 단순한 놀이의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 이후 기타와는 오랜 시간동안 서로 마주치지 않게 되었다. 초등학생때부터 나의 관심은 그리스 철학, 사라진 고대 종교, 오래된 시, 고고학 등등 여러 방면으로 관심을 바꿔가며 지냈다. 그러나 이 모든 관심을 놀이로 바꾸는 방법은 없었다. 이것들을 제대로 공부를 해보려는 순간 차갑고 두꺼운 책만이 내 앞을 마주하여 결국 모든 것을 외면하였다. 한참 시간이 지나 중학교 1학년 때 기타는 앞서 말한 나의 모든 관심사와 욕구들을 한번에 해결해주는 존재처럼 등장하였다. 인간 음악과 선법의 탄생을 알기 위해 피타고라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를 알아야 했고, 화성의 쓰임새를 이해하기 위해선 시대 마다의 문화, 정치, 종교를 알아야 했고, 각 나라의 음악을 이해하기위해 언어, 지리, 기후를 알아야 했고, 시대에 눌려 말없이 사라진 작곡가나 숨겨진 악보를 발굴하기위해선 고고학적인 접근이 필요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놀이로 변환시켜주는 공간에는 항상 기타가 있었다. 이처럼 무의식적과 의식적 조대연의 삶의 본질은 언제나 ‘유희의 인간’ 이였다. 그리고 평생 함께 서로를 공유할 이성과 지식을 겸비한 ‘Homo Sapience’ 동생 조동연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