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에 하는 연주회입니다. 오랜만에 하는 연주회이고 형과 함께하는 형제 연주회인 만큼, 저에게는 의미가 큰 연주회예요. 그래서 기대도 많이 되고, 한편으로는 긴장도 많이 됩니다. 그동안 개인적으로 탈이 많았던 2년이였기 때문에 더욱 그렇기도 해요. 제가 무대에 서서 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한 기회라고 생각해요. 또한 연주 뿐만 아니라 제 생각과 이야기를 글로 이야기하면 더 즐거운 소통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제가 클래식을 왜 좋아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나 프로그램, 스토리들을 공유하면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제게 클래식 음악은 ‘음악’이상의 가치가 있어요. 저는 그 가치를 ‘예술’이라고 부르고 싶어요. 그리고 그 ‘예술’은 사람과 자연을 이해하는 공부라고 생각해요. 알면서도 모르는 사람 같으면서요, 무서우면서도 자비로운 자연 같으면서요. 역설적이지만, 복잡하면서도 단순하고, 광활하면서도 아늑하고, 그런 알듯 말듯 하는 미묘함이 예술의 매력 아닐까요? 저는 이런 모습이 자연과 비슷한 것 같아요. 말로 형용하긴 힘든 자연에서 느끼는 가슴 벅찬 감동은 음악이 주는 즐거움과 같다고 생각해요. 예술은 우리 가장 깊은 곳을 울리는 만큼 우리 자신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음악은 사람이 가지고 있는 이성과 사랑을 잘 표현하는 것 같아요. 우리는 현실에서 이성과 사랑이 잘 조화가 안될 때가 많다고 생각해요. ‘이론과 실제’라는 말이 있듯이 지적인 이성과 마음의 동요는 잘 조화가 안될 때를 자주 느껴요. 그러나 음악에서는 화성이 하모니를 이루듯이 이성과 사랑이 조화를 이루는 느낌을 받아요. 이런 모든것들이 모여서 한 순간에 조화를 이룰 때, 모든 것을 잊고 또 가장 나한테 솔직해 지면서 ‘초연함’과 ‘즐거움’을 느끼는 것 같아요. 그러면 ‘이상세계가 있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하고 생각이 들어요. 물론 그것을 열손가락으로 표현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에요. 그 예술의 즐거움을 내 손가락으로 표현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지만, 그것은 저와는 아직 거리가 있는 이야기예요. 피아노 연주는 ‘나’라는 사람을 가장 잘 보여주어야 하는데, 아직 저는 피아노에 격식적이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해요. 마치 피아노와 한 몸이 되어야 한다고 하는데 그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홈스쿨링하는 그동안 제가 추구하는 목적과 지금의 자기자신이 너무 거리가 멀어서 힘들었어요. 어쩌면 당연한 말이지만, 열심히 해도 하루 이틀에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잖아요. 하지만 올해는 피아노 연습을 ‘수양’이라는 조금 다른 시각으로도 보게 되었어요. 공자가 말씀하신 ‘예악’이 이런 의미가 아닌가 조심스럽게 생각이 들기도 해요. 매일 피아노 앞에 앉아서 스스로 실패하고, 경험을 얻고, 다시 방법을 찾고, 공부하는게 그 자체로 내 삶에 작은 수양이 아닐까라고, 연습 그 자체가 어쩌면 악기 연주의 전부가 아닐까라고 생각하고 연습하고 있어요. 전에는 피아노나 미래에 대해서 많이 고민했지만, 홈스쿨링 기간 동안 연습하고, 생각하고, 산책하고, 가족과 행복하게 즐기는 이 시간이 그 자체로 얼마나 소중하고 다시 오지 않는 시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의 의미에서 피아노와 음악을 통해 많이 배웠고, 모든것에 감사하다고 생각해요.